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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umble Agile Coaches
Agile

재택근무를 시작하는 분들을 위한 수줍은 안내서

by Woody-Kwon 2020. 4. 27.

코로나로 확산되었지만 "집에서 일하기"는 이제 필수가 될것입니다.

 

안녕하세요, Humble Agile “우디”입니다.

이미 차게 식어버린 주제입니다만, 역사는 반복되고 우리가 또 어떻게 “재택근무”를 해야만 하는 상황을 맞이할지 알 수 없기에,
갑작스레 맞이한 재택근무에 어떠한 일들이 있었는지 돌이켜보고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에게 안내서가 될 만한 경험담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재택의 시작

세기말 SF처럼 전염성이 높은 바이러스가 대유행하기 시작하여,
많은 회사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자발적 격리 등에 동참하며 재택근무를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회사에서 잘 되느냐? 대유행이 지속되었지만 시도조차 하지 못한 회사가 많았습니다.

결국 문화&인프라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재택근무는 다른 평행 우주의 이야기인 것입니다.

여기서 의문이 하나 듭니다.

 

“아니 문화가 없어도 인프라가 잘 구성되어 있는 곳이면 재택근무 가능한 거 아니요?”

 

라는 부분인데, 문화가 없으면 애초에 인프라가 잘 구성되기 힘들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요컨대 임직원들을 믿지 못하고, ‘집에서 지들이 놀지 일하겠어’라고 의심, 경계, 관리에 포커스를 가진 회사들은 인프라가 없는 편입니다.

있더라도 잠시 긴급 용으로 사용 가능한 수준이며,
장기적으로는 “차라리 출근해서 하고 말지”라는 생각을 반드시 하게 되는 수준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찌어찌 여러분은 재택근무가 어느정도 가능한 문화와 인프라를 가진 회사에서 재택근무를 시작했고 아래와 같은 흐름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초기 - 재택 근무가 낯선 사람들

재택근무 초기에는 환경 세팅에 많은 관심이 쏟아집니다.

일단 대외에서 대내 시스템에 접근하기 위한 툴들(VPN, VDI 기타 등등),

온라인 환경에서 회의 또는 협의를 진행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툴들,

(zoom, team, chime, discord, slack, 각종 메신저의 영상 통화 기능, 기타 등등)

문서 공유를 위한 툴들,
(slack, confluence, google drive 기타 등등)

기타 협업을 위해 필요한 툴들,

(jira, miro, trello, notion, 기타 등등)

각 사의 상황에 맞는 적당한 툴들을 선정하고 전사 툴로 공지하여 많은 분들이 각 툴을 익히고 적응하는데 꽤나 시간이 소모됩니다.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제 주변 통계 조사를 통해 알아본,

“2020년 4월 시점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구성”은 아래와 같습니다.

영상회의 - zoom

문서 공유 - confluence

커뮤니케이션 툴 - slack, 각종 메신저

기타 협업 툴들(jira, miro …)

 

보안 이슈가 있어 문제가 되었지만, 비밀번호를 설정하면 큰 이슈가 없다는 가정 하에,

UX는 zoom이 단연 최고입니다.

다른 툴들이 다소 기능이 과하게 더 있거나, 기능이 홀쭉하게 빠져있거나 한다면,

zoom은 방망이 깎던 노인 집안에서 만들어진 듯 그립감이 딱 알맞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zoom만의 기능은 “가상 배경” 기능입니다.

“재택”이라고 써놔서 그럴싸해 보이지만 영상 회의의 장소는,

사실 여러분이 거주하고 있는, 제대로 정돈되지 않고 청소 가끔 하는 바로 그곳입니다.

비디오를 켜고 영상 회의를 하고 싶어도 혼돈의 카오스 집 상태를 보여주기 수줍어서 안 켜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청소하고 정리하면 되는 일이지만, 인간이 그리 부지런 할리가 없습니다. (일단 저는..)

‘영상을 끄면 그만 아닌가’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생각보다 커뮤니케이션에서 비언어적 표현이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구글링 해보니 아래와 "메러비안의 법칙"이 나오는군요 비언어적 표현이 55%라..)
<출처: https://brunch.co.kr/@allaboutmind/42>


영상이 있고 없음은 정말 큰 차이입니다. 특히나 온라인 워크숍 같은 상호 작용이 많이 필요한 활동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얼굴 노출이 더 수줍다 이놈아!’라고 하실 분들이 있어, 그런 분들을 위해 얼굴까지 꾸며주는 스냅챗 카메라 같은 어플들도 있지만, 

특정 필터의 경우 아예 눈코 입이 상실되므로 많이 권하지는 못하겠네요.

 

가.낳.괴 = 가상배경과 안면필터가 낳은 괴물

 

이렇게 재택근무 초기에는 툴 선택과 적응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되면 유희를 즐기는 인간의 특성답게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됩니다.

 

중기 - 재택근무의 재미를 찾는 사람들

각 툴의 특성도 어느 정도 습득이 되어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되었겠다, 어떤 것까지 할 수 있는가 자신과 자신의 팀을 실험해보게 됩니다.

아래는 제가 해봤던 것들 또는 제가 목격한 것들입니다.

 

  • 온라인 회의(동시통역 포함)
  • 온라인 워크숍
  • 온라인 세미나(웨비나)
  • 온라인 교육(업무, 비업무 - 스트레칭 기타 등등)
  • 온라인 회식
  • 온라인 친목모임(치맥 등 단순 수다방)
  • 노동요 방(DJ 1명이 노래를 하루 종일 틀어주고 나머지 참석자는 노래만 듣는 방)
  • 티타임 방(매일 스몰토크를 이어가는 방)
  • 온라인 마피아 게임(…)
  • 온라인 생일축하(파티)

중기즈음엔 일반적인 업무는 크게 불편함 없이 재택근무 위주로 잘 운영되며,
이 외에
어디까지 해볼 수 있나 이런저런 것들을 다 해보게 됩니다. 

이런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에서도 생일 축하를 해주시는 고마운 분들. 또르륵.



그런 활동들을 스스로 self-organization 하거나 재택근무 문화 정착을 위해 HR 쪽에서 캠페인이나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보통 후자 덕(HR님들의 노력)에 다양한 시도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되고 알려지게 됩니다.

이쯤에서 "안내서"답게 다양한 활동에 자주 사용된 툴 하나 안내해보고자 합니다.
초기에 많이 언급된 녀석이지만, 온라인 워크샵, 교육, 회고 등에 가장 도움이 된 것은 "miro"라는 웹기반 툴이었습니다.
https://miro.com/

 

Miro | Free Online Collaborative Whiteboard Platform

Scalable, secure, cross-device and enterprise-ready team collaboration whiteboard for distributed teams. Join 4M+ users from around the world.

miro.com

온라인 화이트보드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을 함께 하기 위해서는 별도 커뮤니케이션 툴이 필요합니다.
lean coffee, vision workshop, retrospective(일반적인 회고), futurespective(미래회고), OKR교육 등등 많은 워크샵과 트레이닝등이 이 툴로 진행되었으며, 유료/무료의 기능차이가 크지 않아서(time boxing을 위한 timer, voting 기능 등이 무료버전에서 지원 안됨) 무료로도 충분히 활용 가능한 부분이지만, 회사에서 사용하신다면 sso 연동도 가능한 유료 버전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후기 - 보편화된 재택근무

이제는 재택이냐 아니냐를 신경 쓰는 사람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그 누구도 재택근무를 특이하거나 특별하게 여기지 않게 되었습니다.

영상회의에서 오디오 안 겹치게 말하는 법들도 각자 자연스럽게 체득되어 있습니다.

회사 복귀 후에 재택 시에 정착된 문화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생겨납니다.

예를 들면 재택 전, 물리적인 회의실 부족으로 회의 시간 잡는 것을 힘들어했던 분들은, 

가상의 공간에서 하고 싶을 때 마음껏 회의를 잡던 그 순간을 그리워하게 됩니다. 

출퇴근 구분 없이 워커홀릭 스타일로 일을 마구마구 하시던, 삶과 업무 경계 모호하시던 분들도 그리움에 빠지게 됩니다.

 

이렇게 적당히(?) 한 사이클을 돌아보니 아래와 같은 점들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장점

  • 재택 초기, 조용한(?) 집에서 다른 방해 없이 집중해서 업무를 시작하고 끝낼 수 있었습니다.
  • 출퇴근 시간이 절약되었습니다.
  • 회의 잡기가 편해집니다.(물리적인 제약 없음)
  • 개인 사업자처럼 시간에 대한 ownership이 더욱 증가합니다. (일하다가 산책 타임, 일하다가 잠시 눕기)
  • 강제적으로 가정적인 사람이 됩니다.
  •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사무실에서 마스크 오래 착용 시 귀가 아픕니다 ㅠㅠ)

단점

  • 최소한의 걷기도 없어져서 체력이 떨어졌습니다.
  • 사무 환경보다 못한 재택 환경으로 인한 목, 어깨, 허리 근육통을 맞이했습니다.
  • 알 수 없는 이유로 시름시름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 미취학 아동이 있는 경우, 회의 중 중간 난입을 이성적으로 말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아빠가 일한다"는 개념 없음)
  • 일부 워커홀릭분들은 일을 멈추지 못해서 페이스 조절에 실패해 번아웃에 빠지게 됩니다. 
  • 식사시간이 길어집니다.(식사 준비, 식사, 식사 정리)
  • 사람이 그리워집니다.

너는 다쳐서 그런건데 나는 왜 아픈거지? 흑흑

 

안내서 마무리

다양한 경험들을 나열해보았습니다.

결국, “어떤 문화를 가지고 있느냐”를 기반으로 해서 재택근무가 진행될 겁니다.

재택을 시작하는 여러분들의 회사가 부디 agility가 높고 양방향 의견이 잘 오가며(bottom-up, top-down),

Continuous Improvement가 잘 되는 곳이길 기원해봅니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좋은 인프라와 툴을 가지고 있더라도 잘 안될 겁니다.

안내서 최종 오의 바로, 재택 제대로 못하는 회사는 구린 회사니까 떠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말씀드리면서,
무책임하게 마무리해봅니다.


"회사를 바꾸거나, 회사를 바꾸거나. - 정의의 소"